클락 에어포스시티 골프장에서 만난 아이 - 주니어 골프유학, 무엇이 아이를 살리고 무엇이 아이를 망치는가

투어장 · 2026.07.10 · 클락 골프 전지훈련 / 골프유학

클락 에어포스시티 골프장

클락에서 25년 넘게 골프를 가르치면서 정말 많은 곳을 거쳐왔지만, 그중에서도 클락 공군기지 안에 있는 골프장 - 지금은 Air Force City Golf Club으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예전엔 맥켄리 C.C로 불리던 그곳 - 은 나에게 고향 같은 곳이다. 살다시피 했다. 이 글은 그곳에서 만났던 한 아이, S군의 이야기다.

6주, 싹수가 있는지 없는지

나는 2013년부터 앙헬레스시 도로변에 땅 1헥타르를 임대해서 우리나라 골프연습장처럼 만들어 운영했다. 그럴듯한 시설은 아니었다. 태풍이 불 때마다 그물 기둥이 또 자빠질까 봐 가슴 졸이며 지내던 시절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중학교 2학년짜리 아들과 함께 입소했다. 아버지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전직 프로야구 포수 출신이었다. 본인이 직접 가르쳤다는데, 아들의 스윙에서 제법 임팩트가 돋보였다. 아버지가 부탁한 건 하나였다. "6주간 아이를 맡길 테니, 싹수가 있는지 없는지 검토해 주십시오."

그 골프장 - 지금의 에어포스시티, 예전의 맥켄리 C.C - 이 바로 옆에 있었고, 나는 매일 S군을 그곳으로 끌고 다녔다. 필드에서 스윙을 고치고, 벙커에서 살다시피 하게 만들었다.

당시 나는 베버리 골프장의 연습장 프로로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더 좋은 조건의 연습장과 골프장에서 훈련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에어포스시티는 가깝고, 걸어서 다닐 수 있고, 경비 부담도 없었다. 훈련하기에 딱 좋은 퍼블릭 골프장이었다.

처음에는 이곳에서 아버지가 아들을 가르쳤다. 6주가 지나고 아버지가 다시 들어왔다. 함께 라운드를 했다. 그런데 더 이상 아들을 이길 방법이 없었다. 벙커에서 헤매는 아버지를, 이번엔 아들이 가르치고 있었다.

밤늦도록 불 켜진 연습장, 그리고 짬뽕 내기
S군은 숙소 연습장에서 과제를 주면 밤늦도록 불을 켜고 연습했다. 집중력과 지구력이 남달랐다. 나랑 짬뽕 내기라도 하면 반드시 이겨서 짬뽕을 따먹었다. 승부욕이 좋은 아이였다.

그날 라운드가 끝나고 나는 아버지에게 강하게 말했다. "이 아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늦게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천부적인 볼 컨트롤 능력이 있고, 지구력과 승부 근성이 있습니다. 질책받는 날이면 연습장 불 켜고 새벽까지 훈련합니다. 창원에 데려가면 반드시 투어 프로에게 맡기십시오. 그러면 좋은 결실을 맺을 겁니다."

아버지는 약속대로 했다. 6개월쯤 지났을까, 부산에서 열린 전국체전에서 S군의 그룹이 우승했다. 창원 지역 또래 아이들을 이미 제쳤고, 부산에서도 대등하게 겨루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2년 후, 걸려온 전화

2년이 지났을 때 전화가 걸려왔다. S군이 미국에서 유학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다시 학교 문제 때문에 한국으로 들어왔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미 그럴 줄 알고 있었다. 주니어들이 미국으로 골프 유학을 떠났다가 실패하고 돌아오는 걸 그동안 숱하게 지켜봐 왔기 때문이다. 나는 애초에 이렇게 말했었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필리핀에서 수련을 한 다음, 태국으로 싱가포르로 넘어가서 아시안 투어를 목표로 삼으십시오." 아버지의 욕심이 이 순서를 건너뛰게 만든 것이었다.

주니어 골프유학, 왜 학적 관리가 실력보다 먼저인가
미국에서 주니어 골프 선수로 활동하려면 단순히 골프를 잘 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미국은 NCAA(전미대학체육협회)를 중심으로 한 촘촘한 자격 관리 시스템이 있고, 이는 대학 진학 훨씬 이전,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영향을 미친다.

- F-1 학생비자 유지 조건: 미국 학교에 재학 중인 유학생은 정규 학기당 최소 학점(통상 12학점 이상) 풀타임 등록을 유지해야 신분이 유지된다. 중간에 학교를 옮기거나 이탈하면 신분 자체가 불안정해진다.
- NCAA 초기 자격(Initial-Eligibility) 요건: 대학 골프팀 진학을 원한다면 9학년(중3~고1 사이)부터 8학기 동안 NCAA가 인정하는 핵심 과목 16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학교를 중간에 그만두거나 학제가 다른 나라를 오가면 이 요건을 채우기가 매우 까다로워진다.
- 해외 성적표 평가: 외국 학교의 성적표는 미국 GPA로 환산 평가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만 보통 4~8주가 걸린다. 국내외를 오가며 학적이 끊기면 평가 자체가 꼬인다.

즉, 골프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학적 관리에 구멍이 나면 정작 미국 주니어 대회(AJGA 등)에 나갈 자격도, 대학 진학 자격도 잃을 수 있다. S군의 경우가 정확히 이 함정에 빠진 사례였다.

그리고 이건 학적 제도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이미 예언했었다. S군은 공부와는 거리가 멀다. 내가 영어를 가르쳐 봐서 안다. 말은 빨리 배우지만, 글을 읽고 쓰는 건 다른 문제다. 그래서 어차피 중·고등학교는 졸업해야 하니, 한국의 골프 특기생을 육성하는 학교를 마칠 때까지는 움직이지 말라고 했었다. 한국 중·고 연맹에 가입되어 있지 않으면 나중에 주니어 대회를 뛸 자격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아버지는 방송통신고등학교에 아들을 입학시켰다. 학적을 유지하면서 골프 훈련에 집중할 수 있는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이미 2년이라는 시간과 돈을 까먹고, 졸업도 못 하고, 어머니와는 기러기 신세가 된 뒤였다.

주니어 골프, 80퍼센트는 아버지가 망친다
현장에서 오래 지켜보면 보인다. 아이가 어느 정도 싹수를 보이면 부모는 반드시 오버를 한다. 그게 미국 유학이든, 무리한 대회 스케줄이든, 아이의 페이스를 넘어서는 순간 아이는 흔들린다. 아버지의 욕심이 앞서면 아이가 가진 재능조차 제대로 못 피고 꺾이는 경우를 나는 셀 수 없이 봐왔다.

태국에서 찾은 두 번째 기회

다행스럽게도 S군은 2024년 태국 프로 투어 진입을 위한 퀄리파잉, 이른바 Q스쿨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 정말 천운이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은 태국 치앙마이의 국제학교에서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태국 프로 투어 퀄리파잉, 주니어 대회와는 완전히 다른 문이다
태국에서 골프 선수로 프로 자격을 얻는 과정은 주니어 대회 성적과는 전혀 다른 트랙이다. 태국골프협회(Thailand PGA, 정식 명칭 Professional Golf Association of Thailand)가 매년 여는 Q스쿨은 룰·에티켓 이론 세미나, 실기 테스트(Playing Ability Test), 필기시험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정식 자격 시험이다. 통과하면 투어 플레이어(Tournament Player) 자격을 얻어 태국 프로투어 대회 출전권이 주어진다.

이 외에도 올타일랜드골프투어(All Thailand Golf Tour, ATGT)가 별도로 운영하는 Q스쿨이 있는데, 여기서 상위권에 들면 해당 시즌 투어 회원 자격(Member Exemption)을 얻는다. 두 시스템 모두 만 15세 이상이면 지원할 수 있어, 어린 나이에 프로 무대에 도전하는 아시아 선수들의 통로가 되고 있다.

즉 S군이 거쳐간 건 "잘 치는 주니어"들이 겨루는 대회가 아니라, 프로로서 인정받기 위한 정식 관문이었다.

S군은 지금도 훈련 중이다. 미국에서의 2년은 분명 뼈아픈 실패였지만, 그 실패를 겪고도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건 근본적으로 그 아이가 가진 근성 때문이라고 나는 믿는다. 새벽까지 불 켜고 훈련하던 중학교 2학년 그 아이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이것이 나의 에어포스시티 골프장에 얽힌 이야기 중 아주 작은 한 조각이다. 그 골프장에서 나는 정말 많은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리고 지금도 클락에서, 한국의 부모들과 아이들을 만난다. 그때마다 나는 S군을 떠올린다.

주니어 골프유학, 실력보다 먼저 챙겨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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